메이지시대 자연주의 시인 시마자키 토손(島崎 藤村しまざき とうそん)의 첫사랑
시마자키 토손(島崎 藤村しまざき とうそん)의 첫사랑
(初恋はつこい) まだあげ初(そ)めし前髪(まへがみ)の 갓 말아 올린 앞머리가
林檎(りんご)のもとに見えしとき 사과나무 아래로 보였을 때
前にさしたる花櫛(はなぐし)の 앞에 꽂은 꽃 장식 빗을
花ある君と思ひけり 꽃이 피어난 당신이라 생각 했네.
やさしく白き手をのべて 상냥하게 새하얀 손 내밀어
林檎をわれにあたへしは 사과를 내게 건넨 것은
薄紅(うすくれなゐ)の秋の実(み)に 연분홍색 가을의 결실로
人こひ初(そ)めしはじめなり 난생처음 사랑을 하게 되었네.
わがこゝろなきためいきの 내 무심코 내쉰 숨결이
その髪の毛にかゝるとき 그 머리카락에 닿았을 때
たのしき恋の盃(さかづき)を 즐거운 사랑의 잔을
君が情(なさけ)に酌(く)みしかな 그대 연정에 기울였네.
林檎畑の樹(こ)の下に 사과밭의 나무아래에
おのづからなる細道(ほそみち)は 저절로 난 오솔길은
誰(た)が踏みそめしかたみぞと 누가 밟기 시작한 흔적이냐고
問ひたまふこそこひしけれ 묻는 것조차 그리워지네.
메이지 시대의 근대시를 연 자연주의시인으로 불리는 시마자키 토손의 ‘첫사랑(初恋)’은 일본인이라면 모두 아는 아주 유명한 시다. 중학교 교과서와 베스트셀러인 ‘소리내어 읽고 싶은 일본어’에도 수록됐다. 보통 荒城の月(こうじょうのつき), 星落秋風五丈原(ほしおつ しゅうふう ごじょうけん)을 읊은 낭만파 시인 도이반스이 (土井 晩翠どい ばんすい)와 쌍벽을 이루는 것으로 평가되는 문호다. 도이반스이가 남성적인 웅혼한 분위기를 한시(漢詩)처럼 노래하는데 반해 시마자키 토손의 첫사랑을 보면 여성스러운 분위기로 7.5조의 정형시다. 사랑 그것도 메이지 시대에는 어딘지 모르게 입 밖에 내기가 부끄러운 첫사랑을 아주 서정적이며 전통적인 와카(和歌)의 필치로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여성이 아니라 주로 남성을 상대로 우국(憂國)같은 무거운 테마를 안주삼아 술잔을 건네기 십상인 한시(漢詩)와 대별되는 일본근대시가 시마자키토손의 첫사랑이다. 시에 등장하는 사과도 메이지시대에 서양에서 도입된 과일이다. 시마자키토손이 1897년 와카나슈(若菜集)라는 처녀시집을 통해 발표한 첫사랑은 1971년 후나기 카즈오(舟木一夫)라는 가수가 문어체적인 언어로 쓰인 시를 그대로 노래해 크게 히트했다. 하이쿠보다는 훨씬 쉬우면서 옛스런 일본어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첫사랑(初恋) 이다.